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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워홀

300만원으로 호주 워홀 생활 시작하기 10.5 – 호주 유심 번호와 이혼한 전 아내에게서 전화온 썰

by 도라이버 202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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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이 안된다고 해서 유심을 사와 등록했다.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보다폰으로 처음 호주에서 번호를 발급 받으면 선택지를 준다. 세개인지 네개인지 하는 번호 목록을 주고 하고 싶은 번호를 고르라고 한다. 나는 가장 입에 잘 붙는 쉬운 번호를 골랐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유심을 사서 등록하는 번호는 다 남이 쓰다 버린 번호였다. 개통 이후 중국으로 추정되는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사람일 때도 있었고 기계일 때도 있었다. 중국어를 하나도 못해서 계속 끊고 차단했더니 이후에는 무려 선택지를 주었다ㅋㅋㅋㅋ

 

영어가 더 편하다면 1번, 중국어가 더 편하다면 2번을 눌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ㅋㅋㅋㅋㅋ 그동안 대체 이 전화가 뭘 말하고 싶은지 궁금했어서 1번을 눌렀다. 영어이지만 겨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같은 외국인끼리만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음성안내가 나왔다. 벌금이 밀려서 돈내라는 내용이었다. 중국에 벌금은 개뿔 가본적도 없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이후로도 전화가 오는 족족 전부 차단하니 3개월쯤 지나서부터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영어이지만 엉망이라 겨우 뭔소린지 알아 들을 수 있는 홍보성 문자도 많이 왔다. 대충 돈내라, 아래 사이트에 들어가라 하는 내용이었다. 전부 차단, 삭제하니 이것도 3개월쯤 지나서부터는 연락이 없었다. 하나쯤은 남겨둘 걸 그랬다. 다 삭제해서 증거가 없다.

 

그리고 이 번호를 사용한지 대략 한달쯤 됐을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래는 하찮은 영어실력으로 대충 번역한 내용이다.

 

하이, 뫄뫄 스피킹. 하고 전화를 받자 굉장히 놀란 목소리가 누구세요???? 하고 큰소리로 물었다 ㅋㅋㅋㅋㅋ 대략 40~50대 호주인 여성분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였다.

 

 

- 하이 뫄뫄 스피킹

 

- 누구세요???

 

- 뫄뫄인데요. 어디서 전화주셨나요?

 

- 저는 찰리찰리 존슨(가명)의 전부인인데요, 누구신가요??

 

 

난 당연히 부인께서 잘못 거신 줄 알았다. 찰리찰리 존슨? 가명이라 그렇지 그렇게 흔한 이름도 아니었다. 어디서 들어본 영미문화권 이름은 맞지만 내 지인은 절대 아닌 그런…

 

 

-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 아, 네 미안합니다

 

 

하고 끊었다 그리고 5분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분의 전화번호는 당연히 외우지 않았고 난 구직중이었으므로 모르는 전화는 무조건 다 받았다.

 

 

- 네 뫄뫄 스피킹

 

- 아까 전화 건 존슨 전부인인데 이 번호 우리 전남편 번호 맞거든요

 

 

ㅋㅋㅋㅋㅋ? 네? 아니 제 번호인데요 ㅋㅋㅋㅋㅋ 대체???

 

 

-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 아니요. 제가 여러 번 확인했는데 번호 맞아요. 제 전남편은 지금 어디있나요?

 

뾰족뾰족한 목소리가 뭔가를 단단히 오해하신 것 같았다. 아주아주 부족한 나의 영어와 누가 들어도 외국인인 억양이 부인으로 하여금 전 남편에 대한 오해를 가득가득 쌓게 만들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게 길고 긴(사실 그렇게 안 긺, 영어해서 길게 느껴짐) 해명타임이 시작됐다.

 

- 그럼 남편분 번호가 바뀐 것 같아요.

 

- 번호가 바뀌었다고요?

 

- 네 저는 외국인이고 호주에 온지는 이제 한달 됐어요. 이 번호를 받은지도 한달이고요.

 

- 그럼 지금 이 번호를 당신이 쓴다는 말인가요?

 

- 네 이제 제 번호에요. 전남편분은 번호를 바꾸신 것 같아요.

 

- 외국 어디요?

 

- 한국이요. 남쪽. 올해 7월에 호주에 왔어요.

 

- 그럼 제 전남편과는...?

 

-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했던말 또하고 또하기

 

 

처음에 놀라신 것과 달리 통화가 길어질수록 아주머니는 점차 차분해지셨다. 내가 정말 전남편과 무관한 외노자라는 걸 이해하셨다. 마지막에는 ‘알았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호주에서 잘 지내길 바라요.’ 라고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이게 다이다. 이후에는 단 한번의 연락도 없었다. 궁금했는데 연락주시지 ㅋㅋㅋㅋㅋ 그 전남편은 어떻게 된걸까

 

암튼 호주에서 새로 받는 번호로는 별의 별 연락이 다 올 수 있다. 이상한 스캠도 매달 유행이라 뉴스에서 매일매일 떠드는 만큼 조심하도록 하자.

 

그런데 유심을 사서 직접 가입해서 받는 번호라 그런걸까? 통신사 가게에 가서 개통하면 괜찮은 번호를 받을 수 있는걸까? 이건 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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