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오던 날의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뭘 사지 않더라도 아침일찍 도서관 가기전에 동네 마켓을 들렸다. 큰 도시 답게 거의 매일 마켓이 있었다. 버스를 타거나 페리를 타고 마켓을 구경한 후에 근처 도서관을 가거나 공원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자격증 공부를 했었다.
대학 시절이 내 최고 낭만인 줄 알았는데 호주가 있었다.
분위기는 대부분 비슷비슷하고 파는 것도 그랬다. 세세한 디자인이나 느낌이 다를 뿐 거기서 거기였다. 한국의 플리마켓이나 그 옛날 아파트단지에서 하던 야시장, 대학 축제에서 술 말고 오전에 각종 공예품 파는 부스 뭐 그런 느낌? 근데 이제 그게 호주화된 ㅋㅋㅋㅋ
호주의 장점은 역시 다문화 다민족이다. 그만큼 마켓에 가면 그 동네에 사는 외국인들이 나와서 물건을 판다. 온갖 나라의 특이한 음식 장신구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나라 사람들이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옷이나 장신구 퓨전음식 혹은 아주 전통적인 것들도 있었다. 이런걸 어디 가서 보겠는가 그 나라에 간다면 볼 수 있겠지만 그 많은 나라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건 보기 쉽지 않다.
아침 일찍 쾌창한 날씨 아래 그걸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이걸 위해 살아왔구나 싶을 정도였다. 1년쯤 되니 그렇지도 않았지만 ㅋㅋㅋㅋㅋ
마켓 구경하다 들어간 어그부츠 가게에서 본 상어 어그
내가 어느정도로 마켓에 진심이었나면 구글을 뒤져 시드니에서 하는 모든 마켓을 조사한 후에 위치를 파악하고 매일매일 도장 깨기를 했다. 시간 계산을 해서 하루에 두세군데씩 가기도 했었다. 이렇게 말 해도 사실 시드니는 있던 기간이 한달밖에 되지 않아 많은 마켓을 가보진 못했다. 평소 사진도 잘 안 찍어서 남긴 것도 많지 않고….
시간과 날짜가 맞지 않거나 너무 먼 곳은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사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키리빌리 마켓 – 사이트에서 시간 날짜 확인 가능
하버브리지 밑에서 하는데 사람이 진짜 많다. 다리 밑은 거의 줄서서 지나가야함 그리고 여긴 옷이랑 먹을게 꽤 많았음 이탈리아 음식 사서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던 기억 사실 맛보다는 정말 모든 여성 손님들에게 플러팅하는 이탈리아남이 기억에 남을 뿐… 진짜 나이 결혼여부 남친이 옆에 있던가 말던가 모든 여성에게 플러팅함 그게 장사 노하우인건지 아님 걍 원래 그런 사람인건지
사실 이 사진 어디였는지 기억은 안남 ㅋㅋㅋㅋ 마켓에서 물건 파는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들 귀엽
토, 일 9시부터 3시 로젤 마켓
여기는 정말 특색있는 곳이었다. 뭐랄까 중고 거래가 많은 느낌? 빈티지나 세컨핸드 물건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한 테이블에 일관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다양한 물건들이 놓여있기도 했다. 마감 거의 다 돼서 갔었는데 오히려 좋았다. 싸게 파는 곳도 많았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 옷이며 장신구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저냥 구경했는데 여기 헝가리 굴뚝빵을 판다.
그 굴뚝빵이 진짜 미쳤다. 그 자리에서 반죽 말아서 구운다음 설탕이나 각종 향신료 묻혀서 주시는데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가게 된다면 꼭꼭 먹어보기 돈이 없어서 딱 하나 사서 먹었는데 집 가는 길에 한입 먹고 후회했었다.
크고 주렁주렁 번쩍번쩍한 디자인이 많았다.
일요일 8시부터 3시 메릭빌 유기농 마켓
요리를 해먹는다면 여기도 가자. 정말 예쁘게 조성해둔 공원에서 마켓을 한다. 근처 농장이나 집 마당에서 텃밭을 만들어 기른 농수산물을 판다. 투박하고 못생겼지만 싼 것들도 많고 근처 마트에는 없는 야채나 과일도 팔았다. 그 너머에는 각종 옷과 장신구도 팔고 음식도 판다. 여기서는 파스타만 먹고 살던 시절이라 고추랑 마늘만 샀었다.
패딩턴 마켓
유명한 마켓이라 사이즈가 클 줄 알았는데 그닥? 막 엄청 크진 않았다. 그래도 먹을거 옷 장신구 책 암튼 종류별로 있을건 다 있다. 공연 구경도 하고 근처 구경할 것도 많아서 엄청 돌아다녔었다. 사람이 진짜 많아서 여기도 줄서서 다녔다 ㅋㅋㅋㅋ
정말 너무너무 탐나는 빈티지 옷이 있었는데 당시 거지였기에... 지금 이었다면 샀을 거다. 아
주말 10시부터 5시 록스 마켓
사거리 전체가 마켓이다. 조금 일찍 갔었는데 오픈 전부터 사람이 많았다. 호주는 티타임을 중요시 하는 나라이다보니 근처 카페에 손님들이 바글바글 했다. 다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마켓 오픈을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여기는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마켓이다보니 기념품도 많이 팔았다. 수공예품이 많아서 호주 기념품 선물을 좀 특별하게 하고 싶다면 큰 마켓 위주로 돌아다니길 추천한다.
호주 마켓이 좋은 건 예술가들이 이게 진짜 내 작품이다를 증명하고 홍보하기 위해서 거리에서 직접 예술을 한다. 그림을 그리고 공예품을 만들고 작은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근처에 식당도 많아서 공연 음악 들으며 밥을 먹고 마켓 구경후에 바다가면 완벽한 코스이다.
가게 앞 매대에서도 팔고 안에서도 파는 경우도 꽤 있었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사고 싶었으나 욕조가 없으니 패스
주말 9시부터 5시 멘리 마켓
늦게 가서 문 닫기 직전에 놀았다. 이 마켓이 정말 좋았는데 바로 바다가 앞에 있고 인생 초콜릿을 만났기 때문이다. 마켓에는 수제 초콜릿을 많이 판다. 달다구리 귀신인 나는 매번 유혹을 참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이날도 유혹을 참으며 가고 있는데 글쎄 시식을 주는거다.
너무맛있어 오직 이걸 위해 시드니 가고 싶을 정도
홀려서 다가갔더니 주인장이 유럽인이었다. 호주에 여행왔다가 너무 좋아서 눌러살면서 초콜릿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게 성공해서 잘 살고 있다고. 스몰토크를 한참 하고 호주 온지 얼마 안 된 걸 아시고는 모든 맛을 먹어볼 수 있게 해줬다.
시그니처인 호키포키부터 줬는데 (옆 손님이 이 가게가 이걸로 대박쳤다는 말을 해주심) 너무 맛있었다. 진짜 눈이 번쩍 뜨이는 맛 달고나에 초콜릿을 입힌건데 진짜 말도안되는 맛이었다. 이렇게 먹을 생각을 해본 적도 없지만 안 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무슨 ㅋㅋㅋㅋㅋ
이날 이후로 초코도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호키포키맛 있다고 하면 사먹었을 정도로 빠졌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 집이 정말 말도안되게 맛있게 잘 한다는거. 보통 성공확률 반반이고 어떤 초코를 얼마나 쓰는지가 정말 중요한 디저트였다.
여튼 첫 시식을 하고 눈이 번쩍 뜨여서 거기 있는걸 다 먹어봤다 가격이 비쌌는데 걍 홀려서 샀다. 멘리랑 패딩턴 마켓에서만 오프라인 판매를 한다고 하셨다. 배달도 하는데 호주만 한다고.
언제 또 먹어보겠어 내가 배달을 시킬리도 없는데.
그래서 호키포키와 커피앤버본 맛 초콜릿을 샀다. 오리지널도 정말 사고 싶었지만 시식해봤으니까 만족
여윳돈이 더 많아지면 여기 초코부터 배달시킬거다.
초코 말고는 여기도 액세서리류를 많이 팔았다.
구경하고 분수대가 있는 쪽으로 가면 빵집이 있다. 거기 피자 냄새가 너무 좋고 마감시간이라 사람들이 줄서서 떨이 사가길래 나도 샀다.
근데 거대한 바게트를 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 지나서 못 파는 빵이라며 원하면 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고 가져왔다. 그렇게 삼일치 식량을 얻었다 개이득!!
금요일 4시부터 11시 차이나타운 야시장
이때 당시 시드니 유일 야시장이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이때는 그랬다. 역시 밤에 일하는건 아시안….
생각보다 꽤 컸다. 한국 차이나타운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막 중국!! 이런 느낌은 아니다. 어느정도냐면 같이 간 유럽 호주 친구들은 와 여기 진짜 중국이다!! 라며 감탄했으나 일본인과 한국인은 오… 잘 해놨네… 하는 정도? 중국이라기보다는 중국 느낌이 강한 아시아 혼합 뭐 그런
야시장 답게 먹거리가 많았다.
시장은 입구부터 대부분 중식이었으나 끝으로 가면 한식이나 다른 아시아 음식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먹은 떡볶이. 내가 외국인인줄 알고 아주 맵다며 걱정해주셨다 헣허 그리고 정말 달기만 했다. 아무래도 외국인 겨냥이니까 어쩔수 없지. 그래서 집가서 간 더 해서 먹음 불닭소스넣고 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어이없는게 왜이렇게 싸? 다른 호주 마켓 다니다가 야시장을 가서 그런가? 꼬치를 사람들이 줄 서서 먹길래 나도 달라고 했다 가격이 하나치고는 약간 비싼데 그래도 호주인거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그래서 이거 1개 주는거냐 물었더니 1봉지를 준다고 했다 아하 한봉지에 하나 들었나보다 하고 시켰는데 10개 줌
종류별로 담아줄까? 하길래 일단 ㅇㅇ 했더니 종류별로 10개줌 가성비 무슨일이야 거기다 너무 맛있었다 진한 향신료의 맛 행복
그리고 발견한 두리안!! 나는 두리안을 좋아한다. 신선하고 맛있는 두리안을 꼭 먹어보는게 위시리스트 중 하나 일 정도로.... 먹고 나면 입에서 올라오는 냄새때문에 좀 힘들긴 하지만 맛있는걸 어캄 근데 넘 비쌌다 먹고 싶었지만 비쌌어... 웃긴게 다른데는 외국인들 많았는데 두리안은 오로지 아시안들만 사가지고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래는 못가본 마켓들
언젠가 본다이 마켓과 글리브 마켓은 꼭 가보고 싶다.
일요일 10시부터 4시 본다이 마켓
토요일 10시부터 4시 글리브 마켓
토요일 8시부터 1시 캐리지웍스 마켓
토요일 8시부터 2시 킹스 크로스 마켓
토요일 8시부터 1시 오렌지그로브마켓
목요일 9시부터 2시 더블베이 마켓
일요일 9시부터 1시 프렌치스 포레스트 마켓
매달 마지막 금요일 4시부터 9시 픽허츠 마켓
대부분의 마켓이 코로나 때 문을 닫았다가 이제서야 슬슬 다시 열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내가 위에 써둔 목록에 없는 마켓이 있거나 써둔 마켓이 없어졌을 수 있다. 있는 곳 근처 마켓을 알고 싶다면 구글맵 검색 혹은 구글 창에 가까운 시티를 검색하면 된다. 그럼 동네 시청? 같은 홈페이지가 나오는데 거기에 쭉 적혀 있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비가 오거나 다른 행사가 겹치면 날짜와 장소가 변동되기도 하니 가기 전에 페북과 공식 홈페이지를 꼭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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